화폐착각이란? 북미 직장인이 모르는 인플레이션의 함정

솔직히 저는 주식을 시작하기 전까진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그저 뉴스에서 나오는 어려운 경제 용어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달라졌습니다. 금리 발표일엔 조마조마하고, 물가상승률이 나올 때마다 제 계좌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게 됐습니다. 연봉은 분명 올랐는데 통장은 왜 이렇게 가벼운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진실 (화폐착각, 실질임금, 보이지않는세금)

월급은 올랐는데 왜 가난한가, 화폐착각의 함정

작년에 제 월급이 10만 원 올랐을 때 솔직히 좀 기뻤습니다. 그런데 막상 생활비를 쓰다 보니 전혀 여유가 생긴 것 같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이게 화폐착각(Money Illusion)이라는 현상 때문이었습니다. 화폐착각이란 명목상 화폐 액수의 변화만 보고 실질적인 구매력 변화를 간과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월급 20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랐다면 명목임금 상승률은 5%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2.3%였다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고작 2.7%에 불과합니다. 200만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제로 제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10만 원이 아니라 약 5만 4천 원뿐이라는 뜻입니다.

실질임금(Real Wage)이란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돈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내가 받은 월급으로 실제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제가 주식을 하면서 깨달은 건, 숫자가 커 보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MIT 경영대학원 조나단 파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출처: MIT Sloan), 사람들은 명목임금의 증가를 보고 경제적으로 나아졌다고 착각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 화폐착각에서 벗어나려면 월급을 받을 때마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전년 대비 내 월급이 얼마나 올랐는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물가는 얼마나 올랐는지 비교해보는 거죠. 그래야 내가 진짜로 부자가 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숫자 놀음에 속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습니다.

달러는 왜 항상 비싼가, 기축통화의 비밀

제가 알리바바에서 물건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결제는 항상 미국 달러 기준입니다. 중동에서 원유를 사오든, 유럽에서 농작물을 수입하든, 모든 거래의 기준은 미화입니다.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달러가 기축통화(Reserve Currency)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에서 결제 수단으로 널리 쓰이며,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하는 통화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돈 중의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정경대학교 찰스 굿하트 명예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통화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 때 그 통화로 가격을 매기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특권 때문에 돈을 많이 찍어내도 화폐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달러를 원하니까요. 반면 아르헨티나처럼 기축통화가 아닌 나라는 돈을 마구 찍어내면 바로 화폐가치가 폭락합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4년에 100달러를 바꾸면 99페소였는데, 2024년에는 무려 8만 5천 페소를 받게 됩니다. 숫자는 늘었지만 실제론 페소의 가치가 추락한 겁니다.

제가 주식하면서 환율에 민감해진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돈을 찍어낼 때마다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최근에는 이란이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받겠다고 하는 뉴스도 봤는데, 이것도 결국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우리 같은 비기축통화국들에게도 영향이 오니까요.

인플레이션은 누가 만드는가, 보이지 않는 세금

제가 가장 충격받은 건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세금이다.”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0%라면, 내가 가진 돈의 가치가 10% 떨어진다는 뜻이고, 결국 나는 10%의 세금을 내고 있는 셈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도로를 짓거나 복지 정책을 펼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올리면 국민들이 싫어하죠. 그래서 대신 화폐를 찍어냅니다. 화폐발행량이 늘어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됩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폴 터커 전 영란은행 부총재는 “화폐 발행은 일종의 과세”라고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이나 대규모 사업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화폐를 찍어냈고, 그때마다 인플레이션이 뒤따랐습니다. 스페인의 레판토 해전(1571년), 프랑스의 미시시피 계획(1718년), 독일의 전쟁 배상금, 미국의 베트남 전쟁, 그리고 최근의 팬데믹 시기까지. 이 모든 시기에 정부는 돈을 대량으로 찍어냈고, 그 결과 물가가 폭등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이 찍어낸 달러의 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결과 달러 가치가 떨어졌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사실상 미국의 인플레이션 세금을 3억 미국인이 아니라 전 세계 80억 인구가 나눠서 내고 있는 셈입니다. 기축통화국의 특권이죠.

실질임금으로 내 자산을 지키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주식을 하면서 배운 건, 숫자에 속지 말고 ‘실질 가치’를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월급이 올랐다고 좋아하기 전에, 물가상승률을 확인하고 실질임금을 계산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진짜로 부자가 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명목임금의 착각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채무자가 유리합니다. 빚의 실질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빌렸는데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3%라면, 1년 후 그 빚의 실질 구매력은 약 9천7백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10년 후에는 약 7천4백만 원 수준이 되죠. 이런 걸 ‘빚이 녹는다’고 표현합니다.

제 경험상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매달 물가상승률 체크: 한국은행이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합니다.
  2. 실질임금 계산: 내 월급 인상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이 실제 소득 증가분입니다.
  3. 자산 배분 전략: 현금만 보유하면 인플레이션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분산 투자합니다.
  4. 고정금리 대출 활용: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5.09%였습니다. 그해 명목임금이 5% 미만으로 오른 직장인들은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한 셈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제가 주식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돈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의 1만 원과 1년 후의 1만 원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사람만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연봉이 올라도 삶이 팍팍한 이유, 이제는 알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아니라, 내 돈의 가치를 조용히 빼앗아 가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었습니다. 화폐착각에서 벗어나 실질 가치를 보는 눈을 기르는 것, 그게 바로 성실히 일한 만큼의 가치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매달 물가상승률을 확인하고, 내 실질임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계산해보시길 권합니다. 숫자에 속지 않는 경제적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N7GvgzDh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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