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듭니다. 분명 연봉은 올랐는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예상보다 훨씬 적습니다. 제가 캐나다에서 12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건, 이 나라의 문제가 단순히 ‘세금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조 자체가 중산층이 돈을 모으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중산층이 가장 불리한 세율 구간 설계
캐나다 세금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이를 한계세율(Marginal Tax Rate)이라고 부르는데, 소득 구간별로 적용되는 세율이 달라지면서 일정 금액 이상을 벌면 그만큼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월급이 오른 만큼 세금도 비례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각종 정부 혜택이 동시에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동수당(Canada Child Benefit)입니다. 일정 소득 기준을 넘으면 지급액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데, 이는 사실상 숨겨진 추가 세금으로 작용합니다. 연봉이 3% 올랐다고 기뻐했는데, 실제로는 CPP(Canada Pension Plan, 캐나다 연금)와 EI(Employment Insurance, 고용보험) 공제액이 늘어나고 혜택이 줄면서 실수령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는 직장생활 12년 동안 이 구조를 몸소 체감했습니다. 승진과 연봉 인상이 있을 때마다 기대했지만, 막상 통장을 확인하면 생각보다 늘어난 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맞벌이 가정일수록 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두 사람의 소득을 합치면 세율 구간이 빠르게 올라가고, 각종 혜택 기준선을 쉽게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벌수록 더 가난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합니다.
인플레이션 반영 미흡과 보이지 않는 세금 증가
캐나다 정부는 매년 세율 구간을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한다고 발표합니다. 하지만 실제 조정 비율은 2% 내외로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 특히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훨씬 높습니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식료품 가격은 연평균 5~7% 이상 상승했고, 주거비는 그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소득이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를 브래킷 크립(Bracket Creep)이라고 하는데, 명목 소득은 늘었지만 실제 구매력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뜻합니다. 정부는 형식적으로 구간을 조정했다고 하지만, 실생활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CPP와 EI 같은 공제 항목도 매년 증가합니다. 이 두 가지는 세율이 아닌 별도 항목으로 떼어가기 때문에, 소득세율이 그대로여도 실수령액은 줄어듭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주와 근로자 몫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CPP만 해도 약 12% 가까이 납부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EI입니다. 12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저 같은 장기 근무자는 해고될 가능성보다 은퇴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매년 EI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제한적인 비과세 저축 한도와 고소득층 중심 설계
캐나다는 TFSA(Tax-Free Savings Account, 비과세 저축계좌)와 RRSP(Registered Retirement Savings Plan, 등록 퇴직저축계획) 같은 절세 도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한도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TFSA의 경우 연간 7,000달러 정도이고, RRSP도 소득의 18% 또는 일정 금액 중 낮은 쪽으로 제한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 미국 401(k): 연간 한도가 2만 달러 이상으로 훨씬 높습니다.
- 영국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비과세 한도가 캐나다보다 크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 호주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고용주 의무 기여금 포함, 강력한 은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 독일: 가족 혜택이 안정적이며 소득 증가 시 불이익이 적습니다.
캐나다는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활용할 수 있는 절세 여지가 적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법인 설립, 소득 분산(Income Splitting), 자본이득 활용 등 다양한 절세 전략을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캐나다 세금 시스템은 고소득층에겐 많은 절세 구멍이 있고, 저소득층에겐 퍼주기식 지원이 많지만, 정작 중산층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는 구조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맞벌이 중산층이 가장 박탈감을 많이 느낍니다. 연봉 명세서를 보면 꽤 괜찮은 숫자인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과의 갭이 너무 큽니다. 특히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중산층도 살기 힘든 하우스에 정부 지원으로 거주하면서 일하지 않고 혜택만 누리다가, 적응하지 못해 다시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소문일지라도, 그만큼 중산층이 살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혜택이 과도하면 일하고 적응하려는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결국 캐나다에 사는 이상 이 시스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야, 정부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세율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실제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저처럼 오래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 낸 사람들이 보상받는 시스템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prUQ-EMoZ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