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 (현금 준비, 시스템 매수, 생존 종목)

몇 주 전 이란 공격 뉴스가 터졌을 때가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주말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뉴스만 들여다봤습니다. 월요일 프리마켓이 열리자 시작가가 전주 마감 대비 -20%에서 출발하더군요. 손절 리밋을 걸어놨는데 채결조차 안 되는 상황, 완전히 멘붕이었습니다. 장 시작 전 살짝 반등하는가 싶더니 바로 또 하락, 손절하면 반등하고 다시 하락하면 또 손절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그때 제가 깨달은 건, 폭락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락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 (현금 준비, 시스템 매수, 생존 종목)

현금 준비: 폭락 전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버핏은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배팅해서 31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원을 벌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천재적 타이밍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현금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금융위기 발생 전 현금성 자산을 약 25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2020년 코로나 폭락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코스피가 30% 폭락했을 때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그 해에만 63조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었죠. 이 중에서 현금 여력이 있어서 바닥 근처에서 삼성전자, 네이버 같은 우량주를 주운 사람들은 1년도 안 돼서 60% 넘는 수익을 봤습니다. 반면 이미 돈을 전부 넣어 놓은 사람들은 우량주가 반값에 굴러다녀도 주울 돈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유동성 버퍼(Liquidity Buffer)입니다. 유동성 버퍼란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고수들 사이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최소 10%에서 30%를 항상 현금으로 유지하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시장이 탐욕으로 과열되면 현금 비중을 더 늘리고, 시장이 공포에 빠지면 그 현금을 투입하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이란 공격 사태 때 현금 비중이 거의 없었습니다. 계좌에 예수금이 생기면 당장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독이 됐습니다. 폭락이 왔을 때 추가 매수할 여력이 전혀 없었고, 결국 손절만 반복하다가 더 큰 손실을 봤습니다. 현금은 놀고 있는 돈이 아니라 결정적 한방을 위한 실탄이라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시스템 매수: 감정과 싸우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어라

폭락장에서 사야 해, 사야 해 다짐하는 건 냉장고에 케이크를 두고 안 먹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뇌는 다짐의 반대로 작동하거든요. 코스피가 하루에 10% 빠지고 뉴스마다 대공황 온다고 난리치는 한복판에서 냉정하게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은 평소에 자기가 사고 싶은 우량 기업들의 목록을 만들어 뒀습니다. 그리고 각 기업마다 ‘이 가격까지 떨어지면 산다’라는 매수 가격을 미리 정해서 증권사에 지정가 매수 주문을 걸어 놨습니다. 시장이 폭락하면 이 사람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뉴스를 볼 필요도 없고 차트를 확인할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체결되니까요.

이것이 바로 감정을 이기는 게 아니라 감정을 회피하는 전략입니다. 제가 실제로 써본 방법은 이렇습니다. 지금 시장이 괜찮을 때 미리 매수 시나리오를 종이에 적어 놓는 겁니다. ‘코스피가 20% 빠지면 이 종목을 이 금액만큼 산다. 30% 빠지면 추가로 이만큼 산다.’ 이걸 적어서 모니터 옆에 붙여 놓으면, 폭락이 왔을 때 그 종이만 보면 됩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폭락 때 데이터를 보면, 코스피가 바닥을 찍은 3월 19일 전후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가장 활발했던 시점은 바닥에서 이미 20~30% 반등한 4월 중순이었습니다. 진짜 바닥에서는 공포 때문에 못 산 거죠. 반면에 미리 시스템을 갖춰 놨던 사람들은 3월 중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구간에서 자동으로 매수가 체결됐습니다. 분할 매수(Dollar Cost Averaging) 전략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분할 매수란 특정 금액을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또는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나눠서 매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고 한 번에 몰빵했다가 추가 하락을 맞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1. 미리 매수할 종목 리스트를 작성한다
  2. 각 종목마다 목표 매수 가격을 정한다
  3. 증권사에 지정가 매수 주문을 걸어 둔다
  4. 폭락이 오면 뉴스를 보지 말고 시스템대로 실행한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정에 맡기면 매번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결과가 나옵니다. 타이밍을 감정에 맡기는 순간 이미 진 겁니다.

생존 종목: 최고의 종목이 아니라 살아남을 종목을 골라라

폭락장은 태풍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제일 많이 빠졌지 하면서 낙폭 과대주를 찾습니다. 많이 빠졌으니까 많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많이 빠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체력이 약한 기업, 빚이 많은 기업, 현금이 없는 기업은 폭락장에서 진짜로 죽습니다. 반등을 못 하고 상장 폐지되는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버핏이 산 것은 골드만삭스와 GE였습니다. 전부 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버핏은 이 기업들이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50년 넘게 살아남은 기업이고 미국 정부가 절대 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업이었거든요. 실제로 버핏은 골드만삭스에 투자하면서 연 10%의 배당을 받는 우선주 조건을 걸었습니다.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구조적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거래를 설계한 겁니다.

제가 이란 전쟁 사태 때 실수한 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수익률이 좋았지만, 폭락이 오자 순식간에 60%가 날아갔습니다. 미국 주식들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걸 보고 뒤늦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했지만, 이미 큰 손실을 본 뒤였습니다. 하락장에서 살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오를까’가 아니라 ‘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입니다.

펀더멘털(Fundamentals)이 중요합니다.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재무 상태, 수익성, 성장 가능성 등 기본적인 경제적 체질을 뜻합니다. 현금 보유량이 충분한가? 부채비율(Debt Ratio)이 건전한가? 부채비율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산 대비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됩니다. 이 기업이 없어지면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 필수 산업에 속해 있는가? 이 세 가지만 체크하면 됩니다. 죽지 않는 기업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 가장 크게 보상해 주는 것도 바로 이런 기업입니다.

2020년 코로나 폭락 때 바닥에서 삼성전자를 주운 사람들은 1년 뒤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애플을 산 사람들도 비슷한 수익을 봤습니다(출처: Investing.com). 반면에 ‘이번에 뜰 것 같다’며 체력 약한 소형주에 몰빵한 사람들은 반등장에서 절반도 회복 못 한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화려한 게 아니라 튼튼한 걸 골라야 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60% 손실을 본 가장 큰 이유는 살아남을 종목이 아니라 빨리 오를 것 같은 종목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48시간 안에 합의안 가져오지 않으면 초토화시키겠다는 발언이 나온 이번 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폭락장에서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어렸을 때는 2차 대전 끝나고 6·25 전쟁 이후 전 세계가 평화로운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어디선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이렇게 얽히고설켜서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식이 이렇게 요동칠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요즘 새로 배우는 게 단타입니다. 하지만 단타로 손실을 메꾸려는 건 또 다른 감정 싸움일 수 있습니다. 결국 답은 준비된 시스템과 살아남을 종목, 그리고 현금 여력입니다. 다음 하락장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건 확실합니다. 폭락은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비하는 것이고, 감정은 이기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며, 종목은 최고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으로 고르는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Z6pu51w4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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