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원피스에 가디건을 살짝 걸친 예쁜 아가씨가 차에 올라탔다.
왠지 모르게 촉이 왔다.
“오늘 데이트 있어?”
“어, 맞아. 오늘 두 번째 데이트가 있어.”
“두 번째?”
“응. 처음 만난 이후로 오늘이 두 번째인데 너무 설레.”
설레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보였다.
“우와.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오늘 카페에서 간단히 먹고, 저녁 먹으면서 코미디 쇼 보고, 그다음에 바에 갈 거야.”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항상 이렇게 데이트 스케줄을 짜 와서 너무 좋아.”
“너한테 완전 빠진 거 아니야?”
“하하하.”
“남자가 몇 살인데?”
“42살. 난 35살.”
“에이, 너 28~29살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리고 40살 넘어서 그렇게 데이트 계획을 세심하게 짜 온다는 건 너한테 진심이라는 뜻 아니야?”
“ㅋㅋㅋ 그런 것 같아.”
“캐네디언이야?”
“응. 나도 캐네디언이고, 그 사람도 캐네디언.”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농담처럼 말했다.
“혹시 오늘 꽃 들고 나오면 그냥 넘어가.”
“하하하. 알았어.”
“근데 남자친구는 안에서 기다려? 밖에서 기다려?”
“내가 한 2분 정도 먼저 도착하는 것 같아.”
“그럼 난 남자친구 못 보는 거네?”
“응.”
아쉽게도 그녀의 데이트 상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목적지에 내리는 그녀의 뒷모습만 봐도 충분했다. 설렘이 가득한 사람은 주변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화창한 밴쿠버의 오후.
두 번째 데이트를 향해 걸어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거리였지만, 누군가의 설렘을 잠시 함께 탄 것 같은 운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