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가벼운 인사로 시작한 로라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어젯밤에 호러영화를 봤더니 지금 이 광경이 꼭 영화 속 같아.”
마침 우리는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고 있었다.
길가에는 홈리스들이 모여 있었고, 횡단보도 신호는 빨간불인데도 한 남자가 느릿느릿 내 차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직진 신호를 받고도 잠시 기다려야 했다.
“호러영화 좋아해?”
“아니, 사실 싫어해. 그런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봐야 해.”
“일 때문에?”
“영화 관련 일을 하거든.”
“피가 막 튀고, 목이 잘려서 데구르르 굴러가는 그런 영화들?”
“맞아. 바로 그런 영화를 오늘 하루종일 봤어.”
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 영화들은 너무 리얼해. 그래서 더 싫어.”
“맞아. 점점 더 잔인하고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
“정말 그래. 요즘은 학원물도 그렇고, 좀비 영화나 디스토피아 장르도 그렇고 너무 잔인한 작품이 많아.”
“맞아요.”
잠시 영화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 영화도 본 적 있어?”
“난 전 세계 영화를 다 봐. 아마 봤을 거야.”
“음 부산행?”
“어, 봤어. 정말 재미있었어. 좀 무섭긴 했지만.”
“난 그 정도 좀비 영화는 괜찮아.”
“아하. 그럼 평소에는 어떤 영화 좋아해?”
“나? 로맨틱 코미디.노팅힐 같은 영화.”
“오, 노팅힐 정말 좋지.”
그러자 로라가 말했다.
“그럼 “pride & Prejudice 도 좋아할 것 같은데?”
“낮익은데 잘 모르겠어.”
로라는 휴대폰을 꺼내 영화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바로 ‘오만과 편견’이었다. 포스터만 보고는 전혀 연결하지 못했다. 역시 짧은 영어 실력이 문제였다.
그리고 로라는 하나를 더 추천해 주었다.
“너한테 어울릴 것 같은 영화가 하나 더 있어. . 토스카니의 태양. 내가 보증할게.”
“오호, 좋아. 이런 영화들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어?”
“음… 그건 잘 모르겠어.”
“넷플릭스 아니면 어디서 볼 수 있나?”
결국 답은 듣지 못했지만, 짧은 이동 시간 동안 즐거운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영화가 있지만, 누군가가 “이 영화는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라고 추천해 주는 순간만큼은 영화 자체보다도 그 사람의 취향과 마음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 줄 요약
호러영화를 싫어하는 영화 관계자 로라와 나눈 대화 덕분에, 나는 좀비 영화 대신 로맨틱 영화 두 편을 추천받았다.

오만과 편견 _ 넷플릭스

토스카니의.태양 _ 디즈니(한글자막 없으나 보기 어렵지 않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