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경기엔 우리도 한국 응원할게

경기가 끝난 밤거리엔 아직도 함성과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 두 명이 차에 올라탔다.

“하이! 멕시코 팬이야?”

“맞아!”

“아, 난 한국 팬이야.”

그러자 두 사람은 반갑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오 마이 갓! 위 아 브라더!”

왜 갑자기 형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축구 앞에서는 국적보다 응원하는 마음이 먼저인 것 같았다.

“한국은 정말 훌륭하고 강한 팀이야.”

“고마워.”

“다음 경기엔 우리도 한국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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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화를 남기고, 살짝 취한 두 사람은 또 다른 술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목소리가 완전히 쉰 캐나다 남성 세 명이 차에 탔다.

“하이!”

쉰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 얼마나 열심히 응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캐나다 응원하느라 소리 많이 질렀구나?”

“응! 너무 흥분됐어.”

캐나다는 이날 6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월드컵 진출 후 첫 승리였다고 했다.

“월드컵 첫 승을 6대0으로 한 거야?”

“맞아. 진짜 최고였어.”

하지만 기쁨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경기 중 캐나다 선수 한 명이 큰 부상을 당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했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동시에 골절되는 큰 부상이었다. 현장에 있던 코치진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라고 하니 당시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다행히 상대 선수는 경기 후 캐나다 라커룸을 찾아와 직접 사과했다고 한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그 선수 역시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엔 목소리 하나도 안 나올 수도 있겠다.”

“맞아. 아마 그럴 거야.”

한참 캐나다 이야기로 들떠 있던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한국팀은 졌어.”

“멕시코랑 한 경기 봤어.”

뜻밖의 대답이었다.

“봤어?”

“응. 나 매 경기 다 챙겨 봐.”

그리고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은 정말 강한 팀이야. 멕시코가 넣은 골도 정말 아슬아슬했어.”

“진짜? 한국 경기까지 다 본다고?”

“난 축구를 사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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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는 캐나다 사람들이 하키를 가장 좋아하고, 축구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도 생각보다 조용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거리로 나와 보니 곳곳이 축구 이야기뿐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 승리에 들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다른 나라 경기 결과까지 챙겨 보는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캐나다에서도 축구 팬이 더 많아질 것 같아.”

“맞아. 분명 더 많아질 거야.”

잠시 후 그들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다음 경기엔 우리도 한국을 응원할게.”

“한국팀 좋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날 밤, 캐나다는 역사적인 첫 승리에 열광했고 한국은 아쉽게 패배했다.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거리에서는 모두가 같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멕시코 팬도, 캐나다 팬도 한국을 응원해 줬다.

월드컵은 어쩌면 축구 경기 자체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이동이었지만, 그날 밤 내 차 안에는 여러 나라의 응원가와 웃음소리, 그리고 국경을 넘어선 응원이 함께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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