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의심하는 삭막한 세상, 우버 뒷좌석에서 마주한 따뜻한 호의

진짜 호의가 그리워지는 날

밴쿠버에서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때로는 짧은 승차 시간 동안 인생의 깊은 대화를 나누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손님들도 있죠.

얼마 전, 유명한 노포 느낌의 파스타 집 근처에서
3인 가족을 태웠을 때의 일입니다.
아버님으로 보이시는 70대 연세의 승객분과 가족들이었는데,
식사 후 남은 음식이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헤이스팅스 거리를 지나가며 노숙인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그 음식을 나누고 싶어 하셨습니다.
흔쾌히 그러시라고 차를 몰았고,
자연스럽게 ‘음식 나눔’과 ‘인생’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

대화는 자연스럽게 각박해진 현대 사회의 단면으로 흘러갔습니다.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이웃에 떡이라도 생기면
나누어 먹고,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도 밥 한 끼 대접하던
인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남의 집 방문 자체가
실례가 되는 세상이 되었고,
누군가 대가 없는 호의를 베풀면
“저 사람이 왜 저러지?” 하고 의심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다른 손님을 태웠을 때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거리에서 무료로 핫도그를 나누어 주는 봉사 단체를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했더니, 그 손님은 질색을 하며

“나 같으면 절대 안 먹는다,
저 음식에 무슨 짓을 했을 줄 알고 먹느냐”고 쌀쌀맞게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씁쓸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차 안에 계신 세 분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씁쓸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화를 나누는
세 분의 마음만큼은 참 따뜻했습니다.
남은 음식을 기꺼이 나누려던
그 선한 마음씨 덕분이었습니다.

옛날 골목길의 인심처럼 지금의 호의가 아무것도 아니였던 시대가 그립다.
💭 오늘의 생각
목적지에 도착해 손님들을 내려드리고 운전석에 홀로 남으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타인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고 경계부터 해야 하는 요즘 세상을 바라보며, 문득 사람 냄새 나던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이 불신의 장벽을 허물고, 호의를 온전히 호의로 느낄 수 있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우버 드라이버의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오늘 하루 우리 사회의 신용과 온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