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첫인상이 홈리스가 많다?

픽업 장소가 조지아 스트릿의 한 호텔 앞이었다.
혹시 관광객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밴쿠버 어땠어요?”

잠깐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 홈리스가 많아서 좀 놀랐어요. 방금도 한 명 만났거든요.”

좀전에 픽업을 위해 좌회전을 하려고 서 있었는데, 횡단보도에 홈리스 한 명이 서 있었다.
천천히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 그 상황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근처는 메인 도로라서 사실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속으로는 ‘이 정도도 놀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Hastings Street 쪽으로 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말이다.

“저쪽으로 가면 더 많아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는 이 도시의 가장 어두운 뒷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시에,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무섭고, 피하고 싶고,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고,
마약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거라는 생각.

어쩌면 이런 감정 자체가 이미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관광객이 즐겁게 놀러 온 도시에서
이런 장면을 반복해서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분명히 그 도시에 대한 감정은 조금씩 깎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보다 “불안한 도시”로 기억될 수도 있으니까.


이 장면을 지나고 나서,
요즘 들은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가오는 월드컵 이야기였다.

북미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입장권 가격부터가 이미 ‘선’을 넘어섰다.
조별리그조차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을 넘나들고,
경기에 따라서는 수백만 원, 심지어 수천만 원짜리 티켓까지 나온다.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월세가 1년 사이 두 배로 오르고,
에어비앤비로 돌리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원래도 계약이 불안정한 멕시코시티에서는
“내일 집 비워”라는 말 한마디로 삶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평시에도 물 부족이 심각한 Mexico City에서는
경기장 잔디 관리를 위해 물이 쓰이는 동안
정작 시민들은 물 부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이런 말까지 나온다.
“이건 개최국 시민들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돈 많은 미국인을 위한 이벤트다.”


이 상황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있다.
Elysium.

지구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되고,
부자들은 하늘 위의 깨끗하고 완벽한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돈.

지금의 월드컵도 비슷해 보인다.

경기는 분명 그 나라에서 열리지만,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은 점점 그 자리에서 밀려난다.

집세는 오르고,
생활은 더 불안정해지고,
경기를 직접 보는 건 점점 더 먼 이야기가 된다.

결국 경기장은
그 도시의 일부가 아니라
돈 많은 사람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섬’처럼 변해간다.


다시 생각해보면, 밴쿠버에서 만난 그 관광객의 한마디와도 연결된다.

“홈리스가 많아서 놀랐어요.”

도시의 표면은 관광객이 소비하는 공간이고,
그 아래에는 누군가가 밀려나면서 생긴 흔적들이 쌓인다.

그리고 그 간격이 벌어질수록, 도시는 점점 더 낯설어진다.

아름다운 풍경과, 그 뒤에 가려진 현실 사이에서.


짧은 거리였지만, 한 관광객의 한마디와 하나의 월드컵 이야기가 겹치면서

이 도시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구조를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게 된 순간이었다.

인원: 1명
국적: 노르웨이
거리: 18.88km
요금: 28.68불
시간: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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