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분이시네요? 유학생이세요?”
“네, 필름스쿨 다녀요.”
“밴쿠버 필름스쿨이요?”
“네.”
“전공은 뭐예요?”
“사운드 이펙트요.”
“음향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음향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영화음악 하는 줄 알더라고요.”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대답이었다.
“근데 음향 쪽은 영화제에서도 완전히 뒤로 밀리는 분야 아니에요? 하이라이트도 잘 안 되고.”
“영화제마다 달라요. 음향 부문 시상을 하는 영화제도 있고, 없는 영화제도 있어요.”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관객들은 배우나 감독의 이름은 기억해도, 영화를 더 생생하게 만드는 수많은 소리의 주인공들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키칠라노 비치에서는 누구 만나요?”
“학교 친구들이요.”
“자주 만나서 놀아요?”
“네. 그때 아니면 못 놀거든요.”
그의 목적지는 키칠라노 비치였다.
도착할 무렵 창밖으로 보이는 해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햇살 아래 모래사장에 누워 있는 사람들, 배구를 하는 청춘들, 친구들과 웃으며 걷는 학생들.
좋은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그 나이만이 가진 에너지 때문인지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아니면 못 놀아요.”
학생 시절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과제에 쫓기고 미래를 고민하면서도 친구들과 아무 이유 없이 해변에 모여 웃을 수 있는 시절.
차에서 내리기 전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중에 영화제 엔딩 크레딧이나 수상자 명단에서 황00이라는 이름이 나오길 기대할게요.”
그는 수줍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차는 다시 출발했고, 백미러 너머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키칠라노 비치에는 그날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가 본 것은 해변이 아니라 꿈을 향해 걸어가는 청춘이었다.
나의 바램
키칠라노 비치로 향하던 음향 전공 유학생 황00 씨. 언젠가 영화관 엔딩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