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Place에서 만난 아이브 팬들

우버 에피소드
2026.08.06 · 밴쿠버
BC Place에서 만난 아이브 팬들

어제 손님을 태우고 가는데,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왠지 콘서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한국 분이세요? 콘서트 다녀오세요?”

“네. 아이브 콘서트요.”

“와, 아이브요? 어땠어요?”

“너무 예쁘던데요.”

그게 다인가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물어봤다.

“공연은 어땠어요?”

“안유진하고… 로지인가? 그 멤버는 계속 라이브를 하던데요. 다른 멤버들은 가끔 MR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로저스 아레나가 꽤 크잖아요. 사람들 많이 왔어요? 꽉 찼어요?”

“네. 거의 찼더라고요. 외국인이 진짜 많았어요.”

오호.

생각보다 티켓 파워가 있었나 보다.

손님을 내려드리고 나는 다시 UBC 쪽으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BC Place 근처로 픽업을 가게 됐다.

그런데…

BC Place 근처에 들어서자 차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지?’

나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도로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도로 곳곳에 아이돌 콘서트에 갈 것 같은 옷차림의 여자아이들이 쫙 깔려 있다는 것.

중간중간에는 사람들이 길에서 춤까지 추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차선을 하나 바꿔보니 내 앞에 택시가 줄줄이 서 있었다.

앞에 차가 세 대 정도 서 있길래 얼른 네 번째 자리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어느새 내 뒤로도 차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뭐야?’

다시 차선을 바꿔 앞으로 가봤다.

그제야 알았다.

**좌회전 차선 자체가 사람들 때문에 완전히 막혀 있었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경찰이었다.

길이 이렇게 막혔으면 통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매번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 곳에 도착해서야
‘아, 앞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구나’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픽업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손님을 태우자마자 또 한 번 놀랐다.

“아이브 좋아하세요?”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좋아했다가 요즘 좀 뜸했는데요. 이번 콘서트 보고 다시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런데 한동안 뜸했는데도 티켓이 싼 것도 아닌데 콘서트까지 가셨어요?”

“아, 10월에 에스파가 오거든요. 현장도 볼 겸 해서요. 한국 가수가 로저스 아레나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 궁금했어요.”

“로저스 아레나에서 콘서트한 게 아이브가 처음이에요?”

“네. 처음이에요. 이제 얘네들도 티켓 파워가 된다고 생각한 거죠.”

궁금해서 찾아봤다.

콘서트 때 로저스 아레나는 약 19,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뒤쪽에 있는 좌석 약 12줄은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 비워뒀다고 했다.

그래서 손님은 실제로는 약 10% 정도는 관객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다시 물었다.

“관객은 꽉 찼다면서요?”

“네. 앞쪽에 100만 원 넘는 좌석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완전히 꽉 찼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실 예전에는 콘서트에서 굳이 앞쪽 비싼 좌석을 사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해외 공연은 이야기가 다르다.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이나 다른 도시로 가려면 비행기값에 호텔비, 식비, 교통비까지 들어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가수가 공연을 한다면,

**비행기값과 호텔비를 아끼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볼 수 있는 거니까, 조금 비싼 좌석도 오히려 괜찮은 가격일 수 있겠다.**

“맞아요.”

손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0월 에스파 공연도 잘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아이브 팬을 내려드렸다.

그런데 참 신기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아이브 팬을 만나고,
두 번째 손님을 태우러 가는 길에는 BC Place 주변이 아이브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 안에서 우연히 시작된 작은 대화 하나가
K-pop의 해외 티켓 파워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이제 K-pop은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자기 도시에서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공연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생각
예전에는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공연한다고 하면
‘한국 팬들이 많이 가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밴쿠버 한복판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K-pop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