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우버 일상] BC Place 아이브 콘서트 날, 우버 안에서 만난 K-팝의 열기

다운타운에서 오래간만에 만난 한국손님

어제 손님을 태우고 이동 중인데,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왠지 콘서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궁금해서 슬쩍 물어봤다.

“한국 분이세요? 콘서트 다녀오세요?”
“네. 아이브 콘서트요.”
“와, 아이브요? 어땠어요?”
“너무 예쁘던데요.”

그게 다인가 싶어 조금 더 물어봤다.

“공연은 어땠어요?”
“안유진하고… 다른 멤버는 계속 라이브를 하던데요. 다른 멤버들은 가끔 MR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로저스 아레나가 꽤 크잖아요. 사람들 많이 왔어요? 꽉 찼어요?”
“네. 거의 찼더라고요. 외국인이 진짜 많았어요.”

생각보다 현지 티켓 파워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손님을 무사히 내려드린 뒤, UBC 쪽으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BC Place 근처로 픽업 콜을 받았다.

하지만 이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BC Place 근처에 진입하자마자 차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도로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이상한 건 도로 곳곳에 아이돌 콘서트에 갈 법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쫙 깔려 있었고, 중간중간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야?’ 싶어 차선을 바꾸려 했지만 앞뒤로 택시와 우버가 꽉 들어차, 신호가 바뀌어도 차들이 1미터도 움직이지 못했다. 알고 보니 좌회전 차선 자체가 인파로 완전히 막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교통 통제도 아쉬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승객을 태웠고, 또 한 번 놀라운 대화가 이어졌다. “아이브 좋아하세요?” 내가 묻자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좋아했다가 요즘 좀 뜸했는데요. 이번 콘서트 보고 다시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직접 다녀오신 거예요?”
“아, 10월에 에스파가 오거든요. 현장 분위기도 볼 겸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한국 가수가 로저스 아레나에서 단독 공연하는 게 신기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 공연은 무대 뒤쪽 일부 시야제한석을 제외하고는 100만 원이 넘는 고가 좌석까지 완전히 매진되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실 예전에는 콘서트 앞자리 비싼 표를 사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됐는데, 해외 거주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려면 한국이나 다른 대도시까지 비행기값, 호텔비, 식비 등 엄청난 부대비용이 드는데,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에서 직접 볼 수 있다면 비싼 티켓값이라도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요, 그러네요.” 손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은 콘서트 여파로 교통 정체가 심해 운전하기는 꽤 땀나는 하루였다. 하지만 차 안에서 우연히 시작된 작은 대화 덕분에 밴쿠버 한복판에서 실감하는 K-팝의 글로벌 위상과 티켓 파워를 생생하게 느낄 수

💭 오늘의 생각
밴쿠버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며 마주친 뜻밖의 풍경. 세계 각국의 팬들이 이토록 한국 가수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낯선 도시에서 만난 K-팝의 열기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