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님을 태우고 가는데,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왠지 콘서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한국 분이세요? 콘서트 다녀오세요?”
“네. 아이브 콘서트요.”
“와, 아이브요? 어땠어요?”
“너무 예쁘던데요.”
그게 다인가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물어봤다.
“공연은 어땠어요?”
“안유진하고… 로지인가? 그 멤버는 계속 라이브를 하던데요. 다른 멤버들은 가끔 MR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로저스 아레나가 꽤 크잖아요. 사람들 많이 왔어요? 꽉 찼어요?”
“네. 거의 찼더라고요. 외국인이 진짜 많았어요.”
오호.
생각보다 티켓 파워가 있었나 보다.
손님을 내려드리고 나는 다시 UBC 쪽으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BC Place 근처로 픽업을 가게 됐다.
그런데…
BC Place 근처에 들어서자 차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지?’
나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도로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도로 곳곳에 아이돌 콘서트에 갈 것 같은 옷차림의 여자아이들이 쫙 깔려 있다는 것.
중간중간에는 사람들이 길에서 춤까지 추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차선을 하나 바꿔보니 내 앞에 택시가 줄줄이 서 있었다.
앞에 차가 세 대 정도 서 있길래 얼른 네 번째 자리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어느새 내 뒤로도 차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게 뭐야?’
다시 차선을 바꿔 앞으로 가봤다.
그제야 알았다.
**좌회전 차선 자체가 사람들 때문에 완전히 막혀 있었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경찰이었다.
길이 이렇게 막혔으면 통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매번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 곳에 도착해서야
‘아, 앞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구나’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픽업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손님을 태우자마자 또 한 번 놀랐다.
“아이브 좋아하세요?”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좋아했다가 요즘 좀 뜸했는데요. 이번 콘서트 보고 다시 좋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런데 한동안 뜸했는데도 티켓이 싼 것도 아닌데 콘서트까지 가셨어요?”
“아, 10월에 에스파가 오거든요. 현장도 볼 겸 해서요. 한국 가수가 로저스 아레나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 궁금했어요.”
“로저스 아레나에서 콘서트한 게 아이브가 처음이에요?”
“네. 처음이에요. 이제 얘네들도 티켓 파워가 된다고 생각한 거죠.”
궁금해서 찾아봤다.
콘서트 때 로저스 아레나는 약 19,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뒤쪽에 있는 좌석 약 12줄은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 비워뒀다고 했다.
그래서 손님은 실제로는 약 10% 정도는 관객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다시 물었다.
“관객은 꽉 찼다면서요?”
“네. 앞쪽에 100만 원 넘는 좌석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완전히 꽉 찼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실 예전에는 콘서트에서 굳이 앞쪽 비싼 좌석을 사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해외 공연은 이야기가 다르다.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이나 다른 도시로 가려면 비행기값에 호텔비, 식비, 교통비까지 들어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가수가 공연을 한다면,
**비행기값과 호텔비를 아끼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볼 수 있는 거니까, 조금 비싼 좌석도 오히려 괜찮은 가격일 수 있겠다.**
“맞아요.”
손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0월 에스파 공연도 잘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아이브 팬을 내려드렸다.
그런데 참 신기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아이브 팬을 만나고,
두 번째 손님을 태우러 가는 길에는 BC Place 주변이 아이브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 안에서 우연히 시작된 작은 대화 하나가
K-pop의 해외 티켓 파워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한국 팬들이 많이 가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밴쿠버 한복판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K-pop을 기다리고 있었다.


